낭만적인 
        직업의 소유자- 짐 맥퀴엔

        

        짐은 보모어 증류소의 매니저이다. 증조부 때부터 이 보모어 증류소에서 일해 왔는데 그는 늘 싱글싱글 웃음 띤 얼굴을 하고 있지만 
        위스키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진지해진다.

        짐은 처음 얼마동안은 술통제조 기술자로 일하면서 날마다 술통만 만들었다고 한다. 짐에게 술통 제조 기술을 전수한 그의 스승은 
        하루에 위스키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두잔씩을 마셨는데 아흔 여덟까지 살았다고 한다. 
      
“ 위스키를 익히는 창고에 가면 말이지, 지금도 한밤중에 그분의 발소리가 들려. 그분 특유의 발소리여서 잘못 들을래야 잘못 
        들을 수가 없지. 돌아가신 뒤에도 술이 잘 익어 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다니시는 거야.”

        

        “내가 위스키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낭만적인 직업이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 이렇게 만들고 있는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 무렵, 어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그러나 그건 내가 만든 위스키거든. 정말이지 멋진 일 아니겠어?”
      

      
정말 낭만적인 직업을 가진 짐 맥퀴엔씨의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통해 듣습니다. 어떤 여행이라도 많든 
        적든간에 나름대로의 중심테마 같은 것이 있다는 하루키의 스코틀랜드와 이일랜드 여행의 테마는 바로 위스키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섬에서 그 유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를 실컷 맛 본 다음, 아일랜드에 가서 도시와 시골 마을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아이리시 
        위스키를 마실 계획을 갖고 있는거죠. 현지의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받고 위스키 만드는 공정을 견학하는 일이 하루키에겐 
        무척 즐거운 일이었나 봅니다. 2주일의 일정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고 하니.... 좀 더 머물며 흑맥주와 위스키를 실컷 마셨으면 
        하는 바램이었다고 합니다.
      
*책속에서

        내가 여행을 하면서 맛본 제각기 개성있는 위스키의 풍미와 독특한 뒷맛, 그리고 위스키의 고장에서 알게 된 ‘위스키 향취가 물씬 
        풍기는’ 사람들의 인상적인 모습을 , 그대로 글로 옮겨 놓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대단치 않은 책이지만, 읽고 나서 (만약 
        이글을 읽는 독자가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신다고 해도) “아 그렇겠다. 나도 혼자 어디 먼 곳에 가서 그 고장의 맛있는 위스키를 
        한번 마셔보고 싶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면 필자로서는 무척 가슴 뿌듯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러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 놓고 이야기 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나는- 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고...

        

        

        *위스키(whisky)란....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 딤플, 임페리얼, 패스포트 등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이 술이 바로 위스키입니다. 위스키의 사전적 정의는 
        『영국 ?미국에서 발달하였으며, 맥아를 주원료로 하여 이것을 당화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만든 술로, 상업상의 관례에 따라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whiskey?라고 표기한다.』입니다. 

        위스키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 위스키로 분류하는데 하루키가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 하는 몰트 위스키는 
        보리의 맥아만 가지고 만들어지며 공정 도중에 이탄(peat, 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의 일종)으로 연기를 쐬여서 만들기 때문에 
        독특한 연기향이 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 밀 등 곡물을 원료로 이탄으로 연기를 쐬이지 않고 연속식 증기로 증류한 것으로 몰트 위스키와 비교해서 
        순한 맛이 납니다. 이 두 가지 개성이 다른 위스키를 혼합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블렌디드 위스키인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카치 위스키는 대부분이 이 블렌디드 위스키입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으로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많게는 수십여종의 몰트 위스키를 먼저 혼합해 풍미를 결정한 뒤 여기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제품으로 만드는데 짐 맥퀴엔씨의 직업이 바로 이 배합을 결정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몰트 위스키가 많이 함유될수록 가격이 
        비싼 위스키라고 합니다.